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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초소형 모터 세계 첫 개발
2016/08/02




 
윤석진 차기회장(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초소형 모터 세계 첫 개발 전자신소재 탐구 한우물 
 
윤석진(57)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의 얼굴에선 ‘창조적 파괴자’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30년 가까이 한국 현대과학의 본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자로 생활하면서 주요 고비마다 과거의 틀, 기존의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탐색해온 여정을 직접 봐 왔기 때문이다. 그의 전공 분야는 전자신소재다. 이를 무대로 그는 신기술 개발, 부품 국산화, 새로운 융합 연구환경 조성에서 남다른 성과를 냈다.

200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소비전력이 적고 직선운동이 가능한 지름 3㎜ 이하 초소형 모터 개발 경쟁이 붙었을 때였다. 윤 박사도 그 대열에 뛰어들어 한판 승부를 겨뤘다. 크기를 줄이는 것도 문제였지만 회전 모터가 아니라 직선으로 움직이고, 가격 또한 개당 1달러 이하여야만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넘기 힘든 조건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압전초음파 소자와 삼각형 형태의 전기를 공급하는 회로를 개발해 세계 처음으로 3㎜ 이하, 초저가의 직선운동 모터(리니어모터)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모터의 직선운동은 운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관성의 법칙을 응용했다. 재료와 전기, 물리 등의 법칙을 융합한 아이디어가 빛난 ‘작품’이다. 리니어모터는 휴대전화나 초소형 카메라의 렌즈 구동 모듈을 초소형화하는 데 최적인 부품이다.

WSJ 선정 ‘인간의 삶을 바꿀 4대 IT 기술’이 모터 관련 기술은 산업체로 이전돼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라이트사가 16개의 초소형 렌즈(L16)를 조합해 무겁고 비싼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을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 카메라를 선보였는데 여기에도 윤 박사가 개발한 모터가 들어간다. L16 카메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올해 뽑은 ‘인간의 삶을 바꿀 4대 IT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다.

 그가 2003년 이 모터를 개발한 뒤 원리를 설명하며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윤 박사의 개발품들은 그를 전기에 감전되듯 짜릿하게 만들었으며 연구에 매진하게 하는 엔도르핀 역할을 했다. 산화물 압전 소재를 개발해 연간 50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두게 하고, 자동차 노킹(꿀렁거림) 센서 기술을 산업체에 이전해 연간 200억원 이상의 기업 매출 신장을 이루게 한 것도 그 일부다. 그가 쓴 260여 편의 국내외 논문, 169건의 국내외 특허, 기술 이전 7건은 연구자로서의 열정을 알게 하기에 충분하다.

윤 박사는 49세인 2008년 영년직(65세 정년 보장) 연구원이 됐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영년직을 이렇게 ‘젊은 나이’에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보통 50대 후반, 60세쯤 심사를 신청해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영년직이 안 되면 3년마다 재임용 절차를 밟아야 하며 정년도 61세밖에 안 된다.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을 따라잡기에 바빴던 우리나라의 전자신소재 기술이 이제 세계적으로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기까지엔 윤 박사의 기여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박사는 ‘토종 과학자’다. 국내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 과정을 다 마쳤다. 이 때문인지 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한 과학자들한테 뒤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그는 해외 연구 네트워크 구축과 선진기술 흡수 등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탄탄한 토종 과학자이런 일도 있었다. 1990년대 초 압전소재를 이용한 모터 분야의 세계적인 거물 과학자인 일본의 우치노 겐지(당시 일본 소피아대 교수)가 방한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를 KIST로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이후 우치노 교수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로 자리를 옮기자 그는 박사후과정(포스트 닥) 자격으로 그곳으로 쫓아가 신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압전소자 분야의 국제학회인 IWPMA의 창설을 주도해 지금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끌어가고 있다.

 과학자들 사이에선 ‘비슷한 IQ들이 모여 있다면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있는 사람한테는 못 당한다’는 말이 있다. 목표를 향한 끈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중략


무기(無機)재료 연구 덕에 군대서 ‘꽃보직’그가 연구해 온 재료는 ‘무기물(無機物)’에 해당한다. 그 바람에 군 입대 때 해프닝도 있었다. 전공 분야를 학문 분류에 따라 ‘무기재료’라고 적었는데, 군 관계자들이 이를 보고 군사용 무기를 만드는 재료로 오인해 그를 ‘힘 있는 부대’로 배속했다는 것이다. 무기재료를 연구한 덕에 그는 오늘날 국제적 명성을 얻은 과학자가 됐고, 군 복무 때도 ‘꽃보직’을 맡았으니 무기재료는 그에게 운명의 파트너나 다름없는 셈이다.

 윤 박사의 창발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은 KIST에서 미래융합기술본부장·연구기획조정본부장을 맡았을 때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합 이사회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융합연구본부장을 맡고 있는 지금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원래 KIST 책임연구원의 개별 연구실 면적은 7평 내외였다. 그는 연구원들을 끊임없이 설득해 개별 연구실을 3.5평 정도로 줄이는 대신 그렇게 해서 생긴 공간을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이 공유하도록 바꿨다. 연구자별로 관리하던 중요 연구 장비들은 한 곳으로 모았다. 그 결과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공유가 활발해지고 장비 가동률도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KIST 대형 연구과제의 연구비 절반을 대학이나 다른 연구소에 배분하고, 연구단장 자리를 외부인에게도 개방하는 ORP(개방형 융합연구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한 푼의 연구비라도 더 가져 오려고 연구기관끼리 경쟁하는 마당에 절반 정도를 다른 기관에 주고 연구단장까지 바깥에 넘기기로 한 이런 정책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 덕에 우수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연구기관 사이의 벽을 허무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융합연구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비 절반 배분, 연구단장직 문호 개방윤 박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본부장으로서 연 10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융합연구단 10개, 연구비 규모가 연 20억원 내외인 창의형 융합연구과제 20개를 선정해 융합연구의 토양을 가꾸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여러 기관 연구자들이 40~50명씩 모인 융합연구단원들은 소속 기관의 연구소 이름은 작게 넣고, 융합연구단 이름을 크게 인쇄한 명함을 새로 만들어 다닌다. ‘말로만 하는 융합’ ‘정책적 수식어가 된 융합연구’의 구태에서 벗어나도록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그가 선정한 융합연구 사업의 결과는 앞으로 2~3년 정도 걸려야 나올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정부 출연 연구기관 간의 융합연구로 자리 잡고 어떤 혁신의 바람을 일으킬지 자못 궁금하다.

 그는 폐쇄형 연구 풍토로는 큰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선지 연구 환경을 융합형으로 바꾸고 연구기관 간 울타리를 없애며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국가 경제에 필요한 연구를 하도록 만드는 마중물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이를 ‘서번트 리더십(섬김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중앙 Sunday 박방주 교수 sooyong1320@gachon.ac.kr
 기사 전문: http://sunday.joins.com/archives/13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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