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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은동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회장 “ESS·전기차 화재 설왕설래…정격축소 기술 이해도 높여야”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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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력용 에너지저장장치(ESS)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에서 배터리 화제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ESS에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충전용량을 제한하는 소위 ‘정격축소(derating)’를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정격축소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지와 같은 전기부품들은 각자가 견딜 수 있는 전압 및 전류 스트레스에 한계가 있어 이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이를 ‘안전 동작 영역(Safe Operation Area)’이라 한다. 개별 소자들을 직·병렬로 연결하여 만든 전기시스템에서는 개별 부품들의 특성편차 때문에 어떤 부품, 특히 성능이 오히려 우수한 부품들은 개별 부품의 안전 동작 영역을 벗어나게 되어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회로 특성과 구성 부품들의 특성 편차에 기인한 우수한 부품에 가해지는 과중한 부하 배분을 제한하여 시스템의 안정도를 높이고 수명을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부품을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전기시스템에서는 부품제조자가 제시한 안전 동작 전 영역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부품들을 직·병열로 연결하여 전기시스템을 만들 때는, 부품들의 특성편차 등에 기인한 부하의 불평등 분배가 필연적으로 생겨, 오히려 우수한 특성의 부품들에 안전 동작 영역을 벗어나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허용 전류(혹은 전압)를 제한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제한 행위를 소위 ‘정격축소’라고 부른다.

전기시스템에서 전기부품들의 정격축소 운전기술은 전기부품들의 직·병렬 운전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오래전부터 산업현장에서 적용되어 오고 있다. 하나의 예로 발열체를 여러 개 병렬로 연결한 산업용 대형 전기로를 들 수 있는데, 핵심 부품인 발열체 제조업체들은 과거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사용 매뉴얼’을 제공하여 전기로 제작시의 정격축소뿐만 아니라 적절한 보수유지를 위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매뉴얼에 따라 전열 시스템을 만들고 보수유지를 하면 안전운전과 오랜 수명을 보장할 수 있다.

ESS와 같은 전기 시스템에서 정격축소는 전지와 같은 사용 부품들의 특성 편차와 냉각계의 균일냉각의 한계 때문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산업 생산기술로는 완전히 동일한 특성의 전기부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존하는 어떠한 냉각기술도 완벽한 균일 냉각을 보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전기 시스템에서 부품들의 정격축소 운전은 필요불가결하다.

ESS에서와 같이 작은 정격 전류의 전지들을 병렬로 연결하여 큰 전류용량의 시스템을 만들 경우 개별부품들의 특성 차이는 부하 불평등을 야기하여 개별 부품들에 가해지는 전기적, 열적 스트레스에 편차를 가져와 시스템 안전운전을 방해하고 부품의 수명감소를 초래하며, 보수유지에도 특별한 주의를 필요하게 만든다.

특성 편차를 가지는 작은 용량의 부품들을 직·병렬 조립하여 대용량 시스템을 만들 때 가치사슬에서 공정단계가 많으면 정격축소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는 각 공정 단계 별로 각기 다른 정격축소 기술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의 경우 단위 셀에서 ‘팩→모듈→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길기 때문에 정격축소 기술은 더욱 중요하다.

전기제품의 성능은 크게 정격(ratings)과 특성(characteristics)으로 정의된다. 정격은 ‘절대최대정격’이라고도 하는데, 내전압이나 허용전류 같은 활용 시의 사용한계를 나타낸다. 반면 특성은 안전운전과 직접 관계되는 정격과는 달리, 제품의 우수성을 표시하는 지표로 이를 통하여 다른 제품들과 성능을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실률이나 응답속도 같은 지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들은 응용 과정에서 정격 항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전기제품에서 정격과 특성은 서로 ‘상충관계(trade-off)’에 있기 때문에 정격이 높아지면 특성은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전압정격이 높아지면 손실률이 증가하고, 전류정격이 커지면 응답속도가 나빠지는 식이다.

전기제품을 대량생산 할 경우 정격을 결정하는 내전압이나 허용전류는 품질관리의 절대요소로 관리되어 정격이하의 제품은 불량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불량률을 줄이기 위하여 <표1>과 같이 설계 정격 기준 값을 출하 제품의 정격보다 높게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략


실제 전기부품을 만드는 사람은 주로 화학이나 재료 기술자들이며, 이런 부품을 가지고 전기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은 화학이나 재료기술 분야에는 덜 친숙한 전기 기술자들이다. 이들 사이에서 공통언어인 정격축소기술을 통하여 서로 협력함으로써 부품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물론 상생발전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배터리업계와 수요자 사이에 생긴 불협화음도 이러한 공통언어를 통한 상호 이해로 시급히 해소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러한 소통을 통하여 전지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공급자들은 수요가가 원하는 제품들을 만들고, 시스템 제조자들은 경제적인 전기저장시스템 제조하며, 운영자들은 보다 나은 안전 운전 기술을 확보하여 우리나라가 이 가치사슬에서는 기술을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광국 기자 kimgg@electimes.com        김광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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